"국가가 왜 이렇게 국민에 잔인한가"…항소제도 개선 지시
정성호 법무 "항소·상고 제한 필요성…규정 다 바꿀 것"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44회 국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5.9.30
[세계타임즈 = 이채봉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현재의 항소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인데, 검찰은 그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억울하게 기소가 돼 몇 년을 돈을 들여 재판받아서 무죄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한다"며 "무죄를 받아도 (검찰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 대통령은 특히 "1심에서 판사 3명이 재판해 무죄 선고가 나고, (이후 검찰의 항소한 뒤에) 고등법원 재판에서 3명의 판사가 이를 유죄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명(1심)은 무죄, 3명(2심)이 유죄로 의견이 갈렸다면 무죄일 수도 있고 유죄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심이 뒤집히는 현재의 제도가 옳은 것인지 재차 따져 물었다. "1심 무죄 후 2심 유죄가 난 사례의 경우엔 1·2심의 순서가 바뀐다면 무죄가 되는 것 아니냐"라며 "결국 운수(에 달린 것) 아니냐. 말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이 대통령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는 확률이 5%라는 정 장관의 보고를 받고는 "나머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자 "대통령 말처럼 (현재의 항소 제도는) 타당하지 않다"며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해야 하는데, 매일 검찰 업무를 보고 받으며 (항소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구두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이 대통령이 "장관이 바뀌면 또 (지금의 절차가) 바뀔 수도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규정을 다 바꾸려고 한다"며 개선책 마련을 시사했다.이 대통령의 '작심 발언'과 관련, 김남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오랜 철학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날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한 번 더 부각하기 위한 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겪은 과정이 발언의 맥락에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해당 재판의 경우 1심에서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가 나왔으나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대법원에서는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되는 등 심급마다 판단이 계속 엇갈린 바 있다.나아가 이번 발언은 비단 이 대통령 본인의 재판만이 아닌, 지난 정부에서 야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기소가 이어졌던 상황 전반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례로 '라임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기동민 전 의원 등이 최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는데, 이처럼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담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기 전 의원 등의 무죄 판결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허위와 작위였다"며 "검찰은 항소가 아닌 국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식료품값 왜이리 오르나…조선시대 땐 매점매석 사형"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 이는 정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료품의 가격이 다른 제품보다 더 오른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물가 동향 및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 받았다.이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상승이 시작된 시점은 2023년 초인데, 왜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이때부터) 정부가 통제 역량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환율 문제로 수입 식료품의 가격이 올랐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자 "환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당시 물가 관리 실패는 이전 정부의 실책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결국 이번에도 물가를 잡으려면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메시지로 분석된다.이 대통령은 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담합으로) 가격을 올려 과도한 이익을 취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독과점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을 미국에선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관련 제도가 있나", "가격 조정 명령도 가능한가"라고 연거푸 질문하는 등 구조적 문제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공정위가 강력하고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불공정행위를 하는 기업들의) 고삐를 놔주면 담합·독점을 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며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 이런 문제를 통제하는 것이 정부"라고 강조했다. "과일을 살 때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 뛰듯이 한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품목 가격도 같이 오른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원리가 아니다. 물가로 인한 서민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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