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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5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1.7% 올랐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4.8% 뛰어 지난해 7월 5.5%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7%포인트 끌어올렸다. 가공식품(4.2%), 외식(3.1%) 등 먹거리 품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돼지고기(9.4%)는 2022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쇠고기(6.6%)는 2022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수산물 물가도 고등어(13.6%) 등을 중심으로 7.5%나 뛰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쌀가격 상승을“유통업체들의 벼 확보 경쟁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난해 쌀 생산량은 예상 소비량보다 무려 12만 8천 톤(t) 많았다. 문제는 정부가 햅쌀 36만 톤(t)을 비축용으로 매입한 뒤 농가 소득 안정을 내세워 26만 톤(t)을 추가로 시장에서 격리한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과도하게 농민 눈치를 보는 바람에 ‘공급 과잉 속 가격 폭등’이라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의 ‘990원 소금빵’ 소동도 마찬가지다. 유명 유튜버인 ‘슈카월드’ 운영자 ‘슈카’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 ‘ETF 베이커리’를 열면서 이른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그동안 소금빵은 시중에서 개당 3,000~4,000원대에 팔리면서 해외보다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슈카월드’는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싸고 좋은 걸 만들면 박수를 받아야지 왜 비난을 듣느냐?”라며 “이러면 누가 혁신 경쟁에 뛰어들겠냐?”라고 비판했다. 합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빵플레이션’바탕에는 높은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 외에도 복합적 원인이 깔려 있다. 정치권은 골목상권 보호를 내세워 2013년부터 빵집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어 놓았다. 핵심 재료인 설탕도 30%의 높은 관세 장벽으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대기업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한 상태이고, 계란 역시 생산자 단체가 정한 ‘희망가격’ 기준으로 책정된다. 우유도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돼 미국·일본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도시 먹거리 물가 조사에서도 서울은 뉴욕·제네바 같은 초고가 도시 바로 뒤를 차지했다. 런던, 도쿄, 파리보다 비싸다. “장보기가 겁난다.”라는 서민의 하소연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OECD가 집계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 지수’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은 147로, 회원국 평균(100)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높은 나라는 유럽의 대표적 고물가 국가로 알려진 스위스밖에 없었다.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유럽의 대표적 고물가 국가인 스위스뿐이다.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서울의 식료품 물가도 세계주요 대도시와 비교해 훨씬 높다. 지난 6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가 전 세계 69개 주요 도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이 전 세계에서 여덟째로 식료품 물가가 비싼 도시로 꼽혔다. 서울보다 비싼 곳은 제네바·취리히 등의 스위스 도시와 뉴욕·샌프란시스코·보스턴·시카고·LA 등의 미국 대도시뿐이었다. 심지어 도쿄, 런던, 파리, 시드니, 홍콩조차 서울보다 저렴했다. 지난달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4.9%로,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갈수록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이 잦아진 폭염, 폭우, 가뭄의 영향을 받은 탓도 없지 않지만, 구조적 원인이 크다.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가 높은 이유는 농산물 자급률이 낮아 해외 농산물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2년 기준 49.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21~2023년 밀·옥수수 등 곡물의 평균 자급률은 19.5%밖에 안 된다. 이는 120% 이상인 미국은 물론 20%대 후반인 일본보다도 낮다. 곡물을 중심으로 식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원화 환율 변동이나 원자잿값 상승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설상가상(雪上加霜) 비효율적인 유통구조까지 더해진다. 농산물 유통비용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상승해 이젠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양파 유통 비용률은 76%, 사과·배도 절반 이상이 유통 단계에서 붙는 비용이다. 농민은 제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 먹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정치적 과보호 속에 서민의 주식인 쌀·빵 값이 세계 최고로 치닫는 것은 우리 경제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역풍으로 싸고 질 좋은 대전 성심당 빵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민생이란 게 딴 게 아니라 소비자가 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소비하도록 하는 게 국민이 바라는 정치·정책 목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4.8%)이 전체 물가 상승률(1.7%)을 2.8배 이상 웃돌면서 먹거리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년 동월 대비 생활물가지수는 1.5% 상승하고, 신선식품지수도 2.1% 각각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강원도 강릉 지역 급수난 상황 등을 고려해 배추와 감자 등 고랭지 작물 생육 관리에 나선다. 한우자조금, 농협 등과 협력해 축산물 할인행사도 지속 추진한다. 당장 공급물량을 늘리고 할인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이달 중 성수품 물가안정 방안 등을 담은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지만 9월 물가상승률은 다시 2%대로 반등할 전망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9월에는 일시 하락 요인이 없으므로 2%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주요 성수품 수급 상황을 선제 점검하고 먹거리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 달라.”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지난해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율은 31%로 5분위(10.4%)의 3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식료품비 지출이 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소와 과일, 달걀, 쌀 같은 필수 식품 가격이 오르면 서민의 주머니는 그만큼 얇아지고 다른 생활 여력도 줄어든다. 정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직거래와 온라인 도매 활성화하는 등 그야말로 물가안정 특히 취약계층 먹거리 물가에 각별한 관심을 지니고 서둘러 대책을 강구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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