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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부(富)의 양극화’ 현상이 단단하게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득 1분위(하위 20%) 중 27.8%가 2017년 이후 7년째 해당 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데 반해 같은 기간 소득 5분위(상위 20%)는 59.3%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극명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소득이동 통계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만을 따질 뿐 임대, 주식배당 소득 등 재산 소득과 상속·증여 자산은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포함하면 실제 계층이동 사다리는 훨씬 더 열악(劣惡)할 수밖에 없다. 누구든 노력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옛말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니라 개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개천에서 용만 쓰는 사회가 됐다.”라는 표현으로 전락한 현실이다. 비교 시점에 가구소득이나 재산·이전소득은 제외한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이들만 따진 통계인 만큼 비교 시점 모두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없어진 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했을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계층 이동성이 낮은 사회는 세대 간 계층 대물림이 고착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부동산 등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최근 12년 새 더욱 심해졌다는 국회입법조사처(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의 지난 10월 26일 발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12년간(2011~2023년)의 ‘다차원적 불평등지수’를 보면 2011년 0.179에서 2023년 0.190으로 0.011 포인트나 상승했다. ‘다차원적 불평등지수’란 불평등을 한가지 요인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 관계된 다차원적 영역을 부문별로 두루 살펴 지수를 연구하고 제시한 결과인데, 양극화 골이 깊어진 정황이 수치로 확인됐다. 2011∼2023년 12년간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로 본 소득 불평등은 개선됐지만 자산·교육·건강은 더 불평등해졌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가격 양극화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고, 가정의 경제적 배경이 교육 기회에 미치는 영향은 커졌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읍·면 지역에 거주할수록, 1인 가구일수록 건강 상태가 나빴다. 소득재분배뿐만 아니라 부동산·세제 등 정부 정책의 전 분야에서 불평등 완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은 ‘시의성(時宜性)’이 적절하다. 집값 급등이 불러온 자산 양극화 탓에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에도 모든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소득 이동성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감소 추세로 계층이 더 견고해지고 있었다. 2018년 소득 이동성은 35.8%였지만, 2019년 35.5%로 떨어진 뒤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2020년 35.8%로 올랐다가 2021년 35.0%, 2022년 34.9%로 하락했다. 2023년(34.1%) 역시 전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35.2%, 남성이 33.3%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의 상향 비율은 18.1%, 남성의 상향 비율은 16.6%로 여성이 더 높았다. 남성은 5분위(27.9%), 4분위(23.3%) 비율이 높았고, 여성은 1분위(26.2%), 2분위(23.8%), 3분위(23.3%)에서 많아 남녀 간 소득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성이 4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장년층 31.5%, 노년층 25.0%였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는 오히려 하향 이동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추락해 계층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젊은 청년층은 상향 이동(23.0%)이 하향 이동(17.4%)보다 많았지만, ‘저소득의 덫’은 여전했다. 청년층 고용 둔화와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소득 이동성을 높이려면 구직 기간을 단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 해소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 이동성이 너무 낮으면 계급 고착(固着) 우려가 크고, 너무 높으면 사회 불안정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기업은 나름대로 실효성 높고 지속 가능한 대책과 수단을 발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무엇보다 젊은 청년들이 자산 형성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교육, 주거 대책에 국가 역량을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청년 고용률 격차가 해마다 벌어지고 고임금 상위 20%의 일자리가 2023년 27.1%나 수도권에 몰리는 것처럼 일자리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 타개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젊은 청년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의하면 청년들의 1분위 탈출률이 떨어지고 있다. ‘소득분위’의 위아래가 고착(固着)하며 ‘소득 양극화’도 악화(惡化)했다. 이런 판국에 작금의 노동정책은 이미 일자리를 가진 기득권층의 ‘노동’만 보호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은 후(後) 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 연장은 젊은 청년 취업난을 심화한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년제 사업장은 전체의 21.8%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만 혜택을 보고,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이나 중소기업, 비정규직과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자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은 이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에서부터 출발하고 고질화(痼疾化)하는‘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사회에 첫 진출을 하는 젊은 청년이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고용 정책부터 부동산 정책까지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세제의 합리화, 지속 가능한 재정, 고용 우선의 노동시장 정책 등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한 이슈에 대해서는 세대 간 균형과 조화의 형평을 견지(堅持)하되 의당(宜當) 청년의 이익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은 우리 사회 기성세대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고 미래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자 의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과거 “교육의 지속적인 확대가 한국의 하위 중산층에도 계층 상향의 길을 제공했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의 대물림을 좌우하는 오늘날 이런 평가도 이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회 통합과 역동성 제고를 위해서도 ‘부(富)의 사다리’ 붕괴를 더 이상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해서는 곤란하다. 무너진 계층 사다리 복원은‘노동시장 이중구조’부터 완화하고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해소에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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