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78 ) 캐나다만 갔다 오면 행동이 바뀌는 조카들 이야기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1: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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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내가 이곳 캐나다에서 차츰 자리를 잡게 되자 조카들도 줄지어유학을 왔다. 둘째언니 아들 창훈이가 밴쿠버에 왔다. 그러나 그는호랑이 같은 막내이모의 새벽기상에 막노동등 그런 등살에 견디다못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한국으로 돌아갔다. 캐나다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이모에게 기대한 것은 안락한 잠자리와 재미있는 여행이었을 텐데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나 전단지를 들고 메트로타운까지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가서 돌리
고 난후 다시 밴쿠버로 돌아와 학원에 나가 영어를 공부하고 수업이끝난후에 또 다시 전단지를 돌리고 또 저녁에는 내가 목표로 설정해준 단어를 외우고 아직 어렸던 그에게는 창피하고 혹독한 경험들이었다.
조금이라도 어슬렁거리며 걸었다가는 소리를 지르며 얼른 따라오지 않는다고 혼을 냈다. 아직 생소한 캐나다임에도 몸으로 부딪쳐서 배우라며 외부의 어려운 일도 가리지 않고 시켰다. 이 같은 날이이어지자 창훈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내일 한국으로 들어 갈래요.”
“뭣..?”
나는 호통을 쳤다. 그것 하나 못 참고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떠나려는 조카가 미웠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 일찍 혼자서 공항으로 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창훈은 이듬해 다시 밴쿠버로 왔다. 그는 과거와는 완연히 다른 자세로 토플과 영어 회화 공부를 했고, 내 사무실에 나와훈련을 받았다. 나는 두 번째 방문부터는 내 집에 머물게 하지 않고캐네디언 홈스테이 집에 살게 했다.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를지켜 보았지만 창훈은 잘 해냈다.
셋째언니의 큰딸 지영이는 1998년 부터 해마다 영어 공부를 하러나한테 왔다. 처음에는 지영이도 내 방식에 무척 힘들어했다. “이모는 너무해!” 라며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막내이모와 함께 살기 힘들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집에만 왔다가 가면 행동이 빨라지고 자기 일을 스스로 한다고 언니는 이듬해부터는 아예 동생 희형이도 함께 보냈다.
2002년 봄 이번엔 둘째언니 큰아들이자 창훈이의 형인 동훈이가왔다. 동생으로부터 내 악명을 익히 들었을텐데, 그래도 온것을 보니까 뭔가 배우려는 마음이 있구나 싶어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가족들 사이에서 ‘사관학교 교장’으로 불려지고있었다.
처음 조카 창훈이가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동훈이를 열심히 훈련시켰다. 나는 먼저 동훈에게 “운전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면허 시험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습할 시간도 없었는데국제면허증으로는 바꿔 왔다고 했다. 이곳에 온 지 1주일 되던날,나는 자동차 키를 그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연습할 거야, 걱정마, 옆에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줄테니 해 봐. 사고 나면 우리 모두 같이 그냥 가는거야.사내 녀석이 통이 작으면 큰일을 못해.” 성격이 좋은 동훈은 내가한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렇게 2주가 지나자 그의 운전 솜씨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동훈은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 나중에 동훈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당시의느낌을 말해 주었다.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정말 등골이 오싹했어요.”
물론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나는 체질적으로 행동을 느리게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훈이 차를 주차하는 사이 먼저 내린 나는 사무실 쪽으로 걸어 가면서 호통을 쳤다.
“뛰어, 저 신호등을 건너야 해.”
신호등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열심히뛰었다. 그리고 사무실 문이 보이면 이렇게 엄포를 놓았다.
“내가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이 닫히기 전에 내 뒤를 따라 곧장 들어와야 한다.”
아무튼 나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조카들은 혀를 내둘렀지만 언니들은 캐나다만 갔다 오면 아이들의 행동과 생활방식까지도 바뀌니까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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